마크롱 개혁 드라이브, ‘경제강국’ 獨도 부러워한다

[지식] 시간:2024-03-29 20:15:23 출처:뉴스코리아엔비전 작성자:초점 클릭하다:33次

마크롱 개혁 드라이브, ‘경제강국’ 獨도 부러워한다

[조은아의 유로프리즘] 인기는 없지만 성공한 개혁狂, 佛 대통령● 민심 잃어도 노동·에너지 개혁 강행
마크롱 개혁 드라이브, ‘경제강국’ 獨도 부러워한다
● 연금 개혁으로 지지율 27%대로 급락
마크롱 개혁 드라이브, ‘경제강국’ 獨도 부러워한다
● 독단적이지만 높은 성과에 佛 재정 회복 중
마크롱 개혁 드라이브, ‘경제강국’ 獨도 부러워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올해 1월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불러 기자회견에 응하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X(옛 트위터) 캡처]“우크라이나인에겐 푸틴(러시아 대통령), 우리에겐 마크롱(프랑스 대통령)이 있다!”
2022년 가을, 프랑스 파리 광장에서 열린 시위에서 이런 구호가 울려 퍼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괴롭히듯 에마뉘엘 마크롱(47)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합법적으로 국가를 이끄는 대통령이 도대체 얼마나 엉망이기에 타국을 침공한 푸틴 대통령에 비교되나 싶다.
지금도 이런 분위기는 여전하다. 프랑스인들과 이야기해 보면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파리 곳곳 담벼락이나 도보에는 마크롱 대통령을 비난하는 그라피티나 낙서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임기가 절반가량 지났을 뿐인데 벌써 낙제점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지율이 낮은 이유는 연이은 개혁 정책에 있다. 한국 사회에도 시급하지만 흐지부지되고 있는 연금개혁, 교육개혁, 노동개혁. 이 세 가지를 마크롱 대통령은 연이어 밀어붙이고 있다.
보통 정치인들은 인기가 떨어지면 개혁을 멈출 법한데 마크롱 대통령은 거침이 없다. 올해 1월 개각을 마무리한 뒤 신임 장관들을 모아두고 “관리적 장관이 아니라 혁명적 장관이 돼달라”고 주문했다. 3년 넘게 남은 임기 동안 그의 ‘개혁 드라이브’가 어디까지 이를지 궁금하다.
개혁 불만, 안티 마크롱 세력까지 탄생프랑스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노동조합들이 지난해 1월 19일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시위에 나서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5월 처음 집권하자마자 노동개혁부터 시동을 걸었다. 프랑스 경제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가 추진한 노동법 개정안의 골자는 고용과 해고를 수월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주요 노동단체 대표들을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에 직접 초청해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야당은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강행했다. 그해 9월 의회 승인이 필요 없는 대통령령으로 첫 노동개혁안을 발표했다.
집권 2년차인 2018년 가을에는 에너지 개혁의 일환으로 유류세 인상을 추진했다. 그러지 않아도 고물가에 힘들어하던 서민들은 불만을 토해냈다. 당시 현지 방송 BFM TV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무려 81%가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며, 유류세 인상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안티 마크롱 세력’까지 탄생했다. 일명 ‘노란 조끼’. 2018년 11월 눈에 잘 띄는 형광 노란색 조끼를 입은 시위대 28만3000여 명이 과격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1968년 5월 서구 사회를 뒤흔든 ‘68혁명’ 이후 최악의 시위란 말까지 나왔다. 상황이 심각하게 치닫자 이번엔 마크롱 대통령이 물러섰다. 유류세 인상 방침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완료된 연금개혁은 2019년 시작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년 및 연금 수급 시작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개편안과 국영 철도회사 SNCF의 퇴직제도 개편안을 내놨다.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대중교통을 일제히 멈추며 45일간 파업을 벌였다.
비판이 거세지자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연금부터 깎았다. 퇴임 후 매달 지급되는 1만9720유로(약 2840만 원) 상당의 연금과 특혜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개혁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민심을 달래긴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이듬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불거지자 개혁은 중단됐다.
지지율 ‘20%’대 굴욕흐지부지되는 듯했던 연금개혁은 2022년 4월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다시 탄력을 받았다. 재선을 전후한 민감한 시기에도 그는 연금개혁 의지를 재차 밝혔다. 2023년 초부터 연금개혁의 구체적 내용과 입법 일정을 공개하며 여론 설득에 나섰다. 그해 1월부터 6개월간 연금개혁을 저지하려는 파업이 10회 넘게 열렸다.
지난해 마크롱 대통령은 3월 결단을 내렸다. 야당의 거센 반발을 넘지 못할 기미가 보이자 ‘헌법 49조 3항’을 이용했다. 법안에 대한 의회 표결을 생략하고 대통령 직권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대통령이 노동개혁안에 이어 연금개혁안까지 직권 강행하자 안 그래도 성난 민심에 불이 붙었다.
사람들은 파리 콩코르드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이곳에서 1793년 프랑스 사람들은 왕정을 무너뜨렸다. 루이 16세와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콩코르드 광장에서 단두대의 이슬이 됐다. 18세기 프랑스인들이 왕정을 무너뜨린 것처럼, 21세기 프랑스인들은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처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4월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저점인 27%까지 곤두박질쳤다.
연금개혁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프랑스인들이 화난 이유를 알 수 있다. 우선 정년 및 연금 수령 시작 연령이 62세에서 지난해 9월부터 매년 3개월씩 늘어나 2030년엔 64세가 된다. 더 오래 일하고 연금은 더 늦게 받는 것이다. 연금을 전액 받기 위해 연금 보험료를 내야 하는 기간도 늘었다. 기존에는 42년간 보험료를 납부하면 연금을 전액 받을 수 있었다. 2027년부터 이 기간이 1년 늘어 43년간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은퇴만 기다리는 노년층의 반발이 컸다.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꿈꾸던 중에 연금개혁은 날벼락이었다. 더 일하고 돈을 더 내야 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미성년일 때 생업 전선에 뛰어든 사람들은 “우리야말로 남들보다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불만을 토했다. 출산 및 육아 휴직 기간만큼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정부도 이런 불만을 의식해 법안을 보완했다. 16세 이전에 일을 시작한 사람은 58세, 18세 이전이면 60세에 조기 퇴직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했다. 육아휴직 기간은 최저연금을 산정할 때 근로기간에 포함하기로 했다. 출산, 입양으로 아이가 있는 여성 근로자에게 연금의 최대 5%를 추가로 지급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출산과 육아에 따른 여성 근로자의 경력 단절을 보상해 주는 취지다.
정부가 여론을 반영해 예외를 두고 세분화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프랑스 현지 언론 ‘레제코’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3명 중 2명은 “제도가 예전보다 더 복잡해졌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 불만이 높았지만, 연금개혁은 필요한 조치였다. 장기적으로 재정 적자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금에 손을 대지 않았다면 2030년까지 연 135억 유로(약 19조 원)의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개혁 시행 후에는 177억 유로(약 25조 원)의 흑자가 기대된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설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2020년 프랑스가 매년 연금을 지급하느라 쓴 돈은 국내총생산(GDP)의 14.8%였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그리스(15.7%), 이탈리아(15.4%)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지난해 4월 연금개혁법 공포 뒤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대통령의 ‘나 홀로 입법’에 국민 반감이 고조됐던 때였다. 대통령이 어떤 말로 국민을 달랠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또 강수를 뒀다. 국민을 어르고 달래기는커녕 오히려 노동, 이민, 교육 및 보건 등 3개 분야에서 추가 개혁 방침을 내놨다.
이 가운데 이민개혁이 연금개혁에 이어 좋은 성과를 냈다. 프랑스 이민의 문턱을 높인 이민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의회를 통과했다. 의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 초안보다 극우 정치인들의 의견이 반영돼 더 강경해졌다. 이에 난민 신청자나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인권까지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장관 4명이 반대의 뜻으로 사의를 밝히고 파리시는 일부 조항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獨도 부러워하는 ‘마크롱표 개혁’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윗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올해 1월 18일 내각 회의에서 장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 X(옛 트위터) 캡처]이때 마크롱 대통령은 국면 전환용 카드를 던졌다. 1월 9일(현지 시간) ‘젊은 피’ 가브리엘 아탈(35) 교육부 장관을 새 프랑스 총리로 임명했다. 프랑스 최연소 총리다.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궁에 각료 15명과 모인 모습을 방송으로 공개했다. 평소보다 유독 작은 테이블에 빽빽이 둘러앉은 각료들에게 그는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관리적 장관이 아니라 혁명적 장관이 돼달라.”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정책의 ‘힘’과 ‘속도’를 강조했다고 회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월 16일엔 5년 만에 내외신 기자들을 엘리제궁에 초청해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TV 시청률이 높은 오후 8시경부터 2시간가량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대담함도 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2차 노동개혁, 육아휴직 개편 등 추가 개혁의 의지를 드러냈다.
개혁은 마크롱 대통령의 정체성이다. 그는 개혁으로 성과를 냈고, 이 성과를 내세워 거물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경제산업부 수장이었을 땐 파리 관광지구 내 상점의 일요일과 심야 영업 제한을 완화하는 경제개혁법을 통과시켰다. 주 35시간 근무제 개정도 이끌었다. 그러다 2016년 장관 신분으로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독자적인 정치운동을 하겠다”며 정치운동단체를 설립했다. 단체 이름조차 ‘전진’을 뜻하는 ‘앙 마르슈(En marche)’다. 지금은 당명이 바뀌었는데 그 역시 ‘거듭남’을 의미하는 ‘르네상스(Renaissance)’. 개혁안을 내놓을 때는 지지율이 떨어지지만 성과를 내왔다. 계속되는 강수에도 프랑스 국민이 마크롱을 선택하는 이유다.
개혁을 통해 프랑스는 독일을 앞서나가고 있다. 프랑스 경제가 지난해 1% 성장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독일 경제는 전년 대비 0.3% 감소했기 때문이다. 유럽 경제 강국 독일이 프랑스에 뒤처진 데는 마크롱식 개혁이 부족했다는 성찰이 나온다. 독일 시사지 ‘슈피겔’은 지난해 9월 칼럼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은 인기는 없지만 성공했다”며 “그의 개혁은 독일이 몹시 그리워하는 발전을 가져왔다”고 평했다. 독일경제연구소(DIW베를린)도 지난해 12월 “마크롱 대통령은 명확한 우선순위를 설정했고, 연금·노동 개혁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규제를 합리화했다”고 호평했다. 그 결과가 실업률 감소 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물론 여전히 비판적 시각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개혁으로 노조의 기를 눌러 기선을 제압한다는 비판이다. 프랑스 경제지 ‘라트리뷴’은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이 (국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 때문에 연금개혁 등 민감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꼬집었다.
‘마피터(마크롱+주피터)’라고 불릴 정도로 독단적 이미지는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개혁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심각해질 때마다 그는 대국민 담화나 현장 토론에 나서곤 있다. 하지만 개혁의 강도가 강한 만큼 소통의 강도도 높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지역 일간지 ‘라데페슈’는 “마크롱 대통령의 매우 고독하고 수직적인 권력욕구가 문제”라며 “개혁 조치를 설명하고 우익과 타협할 때 그의 장관들은 놀랍도록 아마추어적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책임편집: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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